낯설게 보기/2012_라오스 썸네일형 리스트형 2012_싼야부리[12] 일찍 일어나려고 밤 10시 전에 침대에 누웠는데 게스트하우스에 친척손님이라도 왔는지 창밖이 북적거리고 소란스럽다. 조용하던 옆방의 tv소리가 크게 들리고 계속해서 문을 여닫고 장롱닫는 소리까지 난다. 겨우 잠자리에 들었는데 또 눈을 뜨고 말았다. 새벽 2시가 좀 넘은 시간. 몸이 추운 것 같다. 덮고 있던 바람막이 점퍼를 고쳐입고는 한시간을 이리뒤척 저리뒤척 했다. 다시 눈을 뜬 시간, 5시가 넘었다. 침대에서 좀 더 뒹굴거리다 일찍 준비하자 싶어 5시 50분에 맞춰두었던 알람을 취소하고 일어난다. 씻고 짐 챙기고 빠진 것 없나 한번 더 둘러보고 숙박비 계산을 하러 간다. 3박을 했으니 하루 60,000kip(한화 약 9,000원)씩, 180,000kip을 예상하고 전날 분리해뒀는데 웬걸 160,000k.. 더보기 2012_싼야부리[11] 싼야부리에 온 첫날 시장을 둘러봤을 때는 대충봐서 못 보았던 것인지 오늘 둘러본 시장 좌판에는 발이 묶인 큰 도마뱀도 있고 개구리도 있다. 한국에 있을 때 싼야부리 시장에 오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박쥐와 각종 벌레들은 보지 못했어도 이 정도면 오늘 시장에 온 보람이 있다. 시장의 입구 근처에 마치 우리네 마늘 한 접의 모양처럼 대에 동그랗게 매달린 과일 여러개를 하나의 다발로 묶어놓고 파는 난전이 있었다. 다가가서 과일이름이 뭐냐고 묻자 아주머니가 무어라 대답을 했지만 기억이 잘 나지않는다. 아주머니가 과일 한 알을 맛보라고 나에게 건네준다. 앞에 있는 소녀를 따라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오물거리다 씨를 뱉어낸다. (여행의 중후반쯤 나는 이 과일이 '리치'라는 것을 알았다.) 곧이어 아줌마가 7,.. 더보기 2012_싼야부리[10] 학교모퉁이에 우리네 포장마차같은 것이 나란히 세 개 정도 있다. 학교 안에서 장사를 하는 걸까 아니면 매점같은 것일까. 가까이 다가가 사람들에게 사바이디(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넸다. 사바이디하고 환하게 웃는 사람들. 여자 둘, 남자 하나. 내가 컵쿠아(가족)냐고 물으니 아줌마 한 분이 아저씨를 가리키며 가족이라고 한다. 아줌마가 훨씬 나이들어 보였지만 혹여나 실수라도 할까봐 아내와 남편사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휴, 다행이다. 아저씨가 무엇인가를 깎아서 우리네 무생채처럼 양념을 넣어 뒤적이길래 책에서 봤던 ‘땀막홍(일종의 파파퍄 샐러드)’이 생각나 '땀막홍'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막무엉(망고)’이라고 대답한다. 망고를 세로로 잡고 칼을 여러번 탁탁 내리친 후 저며 칼집을 내는 게 신기해 사진을.. 더보기 2012_싼야부리[09] 손목시계를 들여다 볼 때마다 한국은 지금쯤 몇시인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겠지 하고 상상한다. 무언가 내 발목을 잡는 것들, 나를 망설이게 하는 것들을 벗어나 보고 싶었다. 여행에만 오롯이 전념하게 될 줄 알았는데 혼자일수록, 외로울수록 그들의 크기는 내 마음 속에서 커져간다. 알람으로 맞춰둔 형의 음성을 듣는다. 나를 지지해주는 그들이 고맙다. 어제도 낮 잠깐을 제외하고 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도 계속 비가 내린다. 하루 정도 숙소에서 여정을 정리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몸이 쳐지는 것 같고 움직이는 게 귀찮고 게을러 지는 것 같다. 씻고나서 오늘은 비 좀 맞으며 믿따팝 중학교를 둘러보고 시장에도 들러 요깃거리를 사와야겠다. 샤워를 하고 게스트.. 더보기 2012_싼야부리[08] 라오스는 불교의 나라라 정숙해야한다는 생각에 배낭 속에 챙겨온 바지는 모두 긴바지뿐. 반바지는 지금 입고 있는 한 개가 전부다. 숙소에서 편하게 입을 반바지를 하나 살까 싶어 시장 옷가게 앞에서 바지하나를 가리켜 값을 물어보니 30,000kip(약 4,500원)이라고 한다. 비싸다 싶어 주저하고 있으니 주인이 황당하게 쳐다보는 눈치다. 소심소심. 앞쪽에 얇은 천으로 된 체육복 반바지가 있어서 이건 얼마냐고 물으니 15,000kip. 낙찰이다. 좌판에서 군고구마와 구운 바나나를 섞어 5,000kip어치를 사고, 오이와 토마토를 섞어 1kg- 10,000kip어치를 사서 숙소로 걸어오는데 한 켠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난다. 스님, 교복입은 학생, 할머니들이 뒤섞여 모여있다. 잔치같아 보여서 한 할머니에게 ‘낀.. 더보기 2012_싼야부리[07] 싼야부리 신버스정류장에서 시장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뚝뚝요금으로 30,000kip을 줄 만한 거리는 아닌 듯 하다. 뚝뚝기사가 내려 게스트하우스 주인을 부르려 하기에 방값이 비싸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우선 시장부터 둘러보고 오겠다고 만류하고 뚝뚝기사를 보낸다. 걸음을 옮기니 시장 맞은편 좌판에 신발을 수선하는 부부가 있다. 떨어진 샌들 한쪽을 들어 보였더니 남편이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예요?” “5,000kip(약 750원)” “좋아요.” 왼쪽 샌들 뒤편의 양쪽끈 중 한 개만 떨어졌는데 다른 한쪽도 묶어준다. 꼼꼼하기도 해라. 수선이 끝난 신발을 남편이 정확하게 내 앞으로 휙 던져준다. 5,000kip을 지불하고 걸어간다. 왼쪽 신발이 튼튼하게 조여지니 오른쪽과 느낌이 다르다. 오른쪽 샌들끈.. 더보기 2012_비엔티안→싼야부리[06] 싼야부리로 오는 내내 버스에서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불편하게 꾸벅꾸벅 졸고 있는 술리냐에게 피곤하면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라고 했다. 앉은 높이가 서로 다른 탓에 술리냐의 고개가 불편할까봐 어깨를 계속 꼿꼿이 세우고 ‘잠든 술리냐’의 이마쪽을 손으로 받치고 있는 게 쉽지는 않다. 여전히 비몽사몽이다. 한번 눈을 뜨니 어슴프레 산의 윤곽이 보이고 또 눈을 뜨니 날이 밝아있다. 또 눈꺼풀이 감기고 졸다가 깨니 그 사이 먼저 깬 술리냐가 내모습을 보고 웃는다. 사람들이 내리길래 여기가 싼야부리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곳곳에서 버스를 탔던 것처럼 곳곳에서 사람들이 내리나보다. 사람도 내리고, 짐도 내려지고... 흙먼지 바람이 열린 창문으로 계속 들어온다. 어떤 사람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는데 나는 .. 더보기 2012_비엔티안→싼야부리[05] 차타는 곳 안으로 들어가니 버스자리마다 벽면에 행선지 이름이 영어로 잘 부착되어 있다. 싼야부리행 버스에는 벌써 사람들이 타고 있고 버스 위와 짐칸에 짐을 싣는 것인지 사람들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짐을 체크하고 있다. 내 배낭도 저기 올려야되는 건가 싶어 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내 배낭도 저기 실어야 되냐고 하니 그냥 가지고 타라고 한다. 버스 안에 들어가보니 짐칸에 좌석번호가 매겨져 있다. 앉아가는 사람만 짐을 넣을 수 있는 건가 싶어 고민이 된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배낭까지 바닥에 두고 15시간을 가려면 힘들 것 같은데... 싼야부리행 버스 앞의 터미널 의자에 앉았다. 고등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애가 옆에 있길래 라오말로 “너 싼야부리 가냐?”고 물었더.. 더보기 2012_비엔티안[04] 라오스에 도착한 날부터 열심히 걸어다녔더니 스포츠샌들 왼쪽 끈이 떨어졌다. 5년 전에 사긴 했지만 여름에만 가끔 신었는데 여기와서 주인을 잘못 만난 탓에 힘이 들었나 보다. 뒤쪽끈이 떨어진 터라 샌들처럼 신어도 될 듯은 한데 여행끝까지 버텨줄 수 있을는지, 이제 여행 초반인데... 오른쪽 새끼발가락에 큰 물집이 잡혔다. 걷는내내 뭔가 계속 걸리적 거리길래 돌이 들어갔나 싶었더니... 에라, 모르겠다. 바늘도 없고 손톱깎이도 없고 그냥 쭉 다녀보자. 숙소로 돌아와 한시간 정도 쉬면서 지인들에게 wifi를 이용해 인사를 보낸다. 앞으로 시골로 가면 연락하기 힘들 거에요. 훌훌 털고자 떠나온 여행인데도 연결고리가 있다 없어지니 아쉽다. 역시 사람은 환경에 익숙해지나 보다. 숙박비를 지불하고 오후 4시쯤 길을 .. 더보기 2012_비엔티안[03]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교수님과 다른 한 분이 오늘 방비엥으로 함께 갔다가 내일 비엔티안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내가 계획한 여행의 반대루트로 떠난다면 방비엥이 다음 행선지가 될 터. 돈도 아낄 겸 차를 얻어타고 방비엥으로 갈까도 생각하다 말았다. 같이 차를 타고 가서 동독대를 둘러봐도 좋다는 교수님의 제안도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지만 지도상으로 내가 가려는 북부정류장과 동독대의 거리가 너무 멀어 안되겠다 싶었다. 남부정류장은 바로 옆이던데... 아쉽다. 아침을 먹고 요기거리도 살 겸 잠시 동네 한번 둘러보고 숙소에서 좀 쉬다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결국 메콩강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식량비축 겸 수레에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사과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1kg에 22,000kip(한화 약3,..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