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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보기/2012_라오스

2012_싼야부리[10]

믿따팝중학교의 야외 매점.

 

학교모퉁이에 우리네 포장마차같은 것이 나란히 세 개 정도 있다. 학교 안에서 장사를 하는 걸까 아니면 매점같은 것일까. 가까이 다가가 사람들에게 사바이디(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넸다. 사바이디하고 환하게 웃는 사람들. 여자 둘, 남자 하나. 내가 컵쿠아(가족)냐고 물으니 아줌마 한 분이 아저씨를 가리키며 가족이라고 한다. 아줌마가 훨씬 나이들어 보였지만 혹여나 실수라도 할까봐 아내와 남편사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휴, 다행이다.

망고를 손에 든채 기술적으로 채를 써는 매점아저씨.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망고와 함께 포즈까지 멋지게 취해주신다.

 

아저씨가 무엇인가를 깎아서 우리네 무생채처럼 양념을 넣어 뒤적이길래 책에서 봤던 ‘땀막홍(일종의 파파퍄 샐러드)’이 생각나 '땀막홍'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막무엉(망고)’이라고 대답한다. 망고를 세로로 잡고 칼을 여러번 탁탁 내리친 후 저며 칼집을 내는 게 신기해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고 했더니 좋다고 한다. 종소리가 울리자 쉬는 시간인지 아이들이 매점쪽으로 몰려온다. 아이들은 봉지에 담은 망고무침을 사먹고 얼음을 넣은 봉지에 원하는 음료를 부어 빨대를 꽂아 먹기도 한다. 소시지같은 걸 튀긴 것에 걸쭉한 소스를 부어 먹기에 음식의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룩씬’이라고 한다. ‘씬’이면 ‘고기’인데 소시지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나라를 가나 쉬는시간 학교의 매점은 붐빈다는 공통점이 있다.

 

쉬는 시간이라고 이 학교 학생인 매점부부의 예쁜 딸이 와서 장사를 돕는다. 아줌마는 자기 아들도 이 학교에 있다고 한다. 아줌마가 주는 얼음물을 한잔 마시고 다시 교실 근처를 기웃기웃, 선생님이 없는 교실은 소란스러운데 학생들은 나들으라고 저희들끼리 창밖으로 소리를 내고 쳐다보고 웃는다. 나무를 둘러싼 형태의 벤치에 학생들 몇 명이 앉아있길래 슬그머니 옆에 가 앉았더니 부끄러워한다. "사바이디~ 꺼이 뺀 콘 까올리(안녕, 나는 한국 사람이야)." 아이들에게 몇 살인지, 이름이 뭔지 묻고 있으니 내 앞으로 아이들이 점점 몰려온다. 아이들의 이름을 듣고 내가 따라하자 내 발음이 이상했는지 자기들끼리 꺄르르 웃고 넘어간다. 아이들 이름을 한국말로 노트에 써서 보여줘가며 한참을 같이 놀고 있다보니 아이들이 하나둘 다시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삼삼오오 하교, 선생님들도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한다. 아직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다들 학교를 떠난다. 오오~ 이렇게 일찍 마치는 좋은 곳이 있다니... 그러나 조금은 아쉽다.

 

 

오전 11시가 되기도 전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학교를 빠져나간다.

 

껠리컨선생님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오며 나에게 점심은 어떻게 하냐고 묻기에 음식을 사러 시장에 갈 거라고 했더니 근처 국수집을 지나 식당이 있다며 위치를 설명해준다. 껠리컨과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시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껠리껀에겐 미안하지만 내가 깰리껀의 설명을 잘 못 알아들었기도 하거니와 못다한 싼야부리 시장구경도 할 생각이다. 한편으론 시장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게 더 저렴할 거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믿따팝 중학교를 나오는데 근처에 문구점이 보인다. 정말 잘됐다. 가져온 노트가 너무 얇고 펜도 하나 잃어버려 메모할 것이 부족할까봐 마음이 불안했는데 꼭 구입하려고 벼르던 노트와 펜을 여기서 만나다니... 펜을 1,000kip(한화 약150원), 공책을 2,000kip에 구입하고 룰루랄라 길을 나선다. 토요일에 닫겨 있던 라오개발은행에 들어가 ‘50,000kip’ 2장을 ‘10,000kip’ 10장으로 바꾸고 다시 시장으로 향한다. 시장 맞은편에 싼야부리에 도착했던 첫날 내 신발을 수선해주었던 부부가 보여 멀리서 ‘싸바이디’하고 인사하니 웃음으로 답해준다.

 

믿따팝중학교 교실 내부의 모습.

 

시장 안으로 들어가 밥과 반찬을 파는 곳으로 갔다. 루앙프라방은 물가가 비싸니 내일 먹을 식량으로 군고구마와 대나무찹쌀밥을 구매해둘까 싶다. 아줌마에게 대나무잎으로 무엇을 싸묶어둔 것을 가리키고 ‘카오람(대나무찹쌀밥)’이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엥? 저게 찹쌀밥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그런데 안 살 것을 벗겨볼 수도 없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으니 살 수도 없고... 결국 그냥 따뜻한 찹쌀밥 한 봉지를 2,000kip에 샀다. 봉지에 든 물김치를 살펴보고 있으니 그것도 2,000kip이라고 하는데, 우아하게 밥과 반찬을 펼쳐놓고 먹어볼까 하다 고구마도 사야되는데 싶어 말았다.

 

토요일 군고구마를 샀던 곳은 비가 내려서 그런지 상인이 없어 그 옆 좌판으로 갔다. 역시 1개 1,000kip. 5000kip어치를 사서 몇발짝 가다가 내일 먹을 식량으로 적은 것 같아 다시 뒤돌아 간다. "5,000kip어치 더 주세요." 작은 건 아직 안 익어서 아줌마가 천낍짜리 고구마 3개, 약간 더 큰 고구마 1개를 주려하길래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으니 아줌마 뒤에 있던 아저씨가 까올리(한국사람)냐고 묻는다. 나는 "커이 뺀 콘 까올리(저는 한국 사람입니다)."라고 답한다. 그러자 아저씨는 5년동안 한국에서 일했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한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일,이,삼,사,오"를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아저씨. 오~ "디(좋다), 디" 대화를 나눈 김에 아저씨한테 여기서 뚝뚝으로 터미널까지 가는데 얼마냐고 물으니 '10,000kip'이라고 한다. 오오~ 이제 확실히 알았어요. 그리고 아저씨가 라오말로 뭐라고 하는데 눈치로 짐작컨대 시장 앞에서 많이들 뚝뚝을 같이 타고간다고 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하는 사이 아줌마는 좀 더 큰 고구마 1개와 작은 고구마 4개를 5,000kip에 준다. 아줌마, 아저씨, 컵짜이 라이라이~(정말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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