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보기/2012_라오스 썸네일형 리스트형 2012_우돔싸이[22] 애초의 계획은 우돔싸이에서 루앙남타로 갔다가 농끼에우로 가는 것이었는데 일정을 좀 여유롭게 보낼까 싶어 우돔싸이에서 바로 농끼에우로 갈까를 고민 중이다. 정류장 벤치에 잠시 앉아 있는데 사람들이 긴 막대같은 것을 비닐에 담아 가기에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카오람(대나무밥)'이라고 한다. 우와, 내가 그렇게 찾던 카오람이 바로 이거구나. 그 사이에 카오람이 담긴 통을 든 예쁜 소녀가 내 앞에 와서 살 것인지를 묻는다. 5,000kip(당시 한화 약 750원)짜리 카오람 하나를 사서 짐을 챙겨들고 정류장을 나선다. 어찌된 일인지 따라붙는 뚝뚝기사가 없다. 이번에는 터미널 바깥에서 뚝뚝을 타고 적절한 협상을 할 때까지 일정 거리를 걸어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막상 뚝뚝기사가 붙질 않으니 아쉽기도 하고 지.. 더보기 2012_루앙프라방→우돔싸이[21] 우돔싸이행 버스는 정확히 아홉시에 출발했다. 앞유리에 금이 짝짝 가있는 한국에서 온 버스다. 여기 사람들은 안전벨트를 매는 일이 없다. 내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VIP버스가 아니라 로컬버스를 타고 다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싼야부리를 갈 때도 모든 좌석벨트가 의자 뒤로 매어져 있었고 이 버스엔 아예 벨트조차 없다. 그리고 버스기사들은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나보다. 내가 탄 모든 버스마다 기사는 음악을 틀었다. 비엔티안에서 싼야부리로 가는 밤버스에서도 버스를 탈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라오스 음악은 계속 됐다. 그래도 어느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루앙프라방에 올 때는 여자와 남자 차장이 각각 한 명씩 있었는데 이 버스는 남자 차장이 두 명이다. 여전히 버스 앞문을 열고 운전을 한다. 루앙프라방에.. 더보기 2012_루앙프라방[20] 오전 6시에 맞춰둔 알람이 울리기 전, 5시 40분쯤 눈을 떴다. 어제는 다행히도 서양친구들이 방 앞 응접실에서 이야기를 일찍 끝내주었지만 나는 두세 차례 잠을 깨곤 했다. 목 위를 오르는 개미도 잠결에 떼어 던지며... 개미와 함께 잠을 청하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다. 간밤엔 비가 내렸는지 창밖이 어둡다.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움직이기에 더 좋은 날씨다. 씻고 널어놓은 빨래도 주섬주섬 챙긴다. 나는 여행하는 내내 손빨래를 해서 방안에 널어놓았는데 서양애들은 빨래를 직접하지 않고 1kg당 8,000~10,000kip(당시 한화 1,200~1,500원) 정도 하는 세탁서비스를 이용했다. 숙소에 있던 일본친구들도 직접 빨래를 해서 널어두는 것을 보면 (경제적 차이에 의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동양인.. 더보기 2012_루앙프라방[19] 피곤하고 몽롱해 2시간쯤 자고 일어났다. 누워서 책을 보는데 마침 가져온 책이 틱낫한의 '평화로움'. 어제 G가 했던 말이 생각나 명상을 시도해본다. 침대 위에 앉아 호흡에 집중해본다. 들이쉬고 내쉬고, '이루다'는 말이 영어로 뭐였더라... 들이쉬고, 해는 몇시쯤 질까... 내쉬고, 내일은 몇시쯤 떠나면 되지... 도무지 호흡에 집중이 안된다. 삼십분을 온갖 잡념과 함께 호흡하다 다시 침대에 걸터앉아 명상을 시도해본다. 또 십분, 그냥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하고 숙소 안을 이리저리 걸어본다. 갑자기 바람이 많이 분다. 해지는 광경을 보러 푸시산에 올라가려 했는데 곧 비가 몰아칠 것 같다. 어찌됐든 방안에 있는 것보단 시원할 것 같아 1층 로비로 나오니 타로가 기타줄을 튕기고 있다. 특정 곡목이 아니라 그.. 더보기 2012_루앙프라방[18] 오전 4시 30분, 맞춰놓은 폰알람이 울린다. 어젯밤에 한 시간 이상을 누운 채로 도통 잠들지 못했다. 내가 묵는 2층 방 앞에는 탁자가 놓여있는 작은 응접실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과 방 사이에는 빛이 거의 투과될 정도의 나무판자로 그저 구획만 지어놓았을 뿐이니 방음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구조였다. 밤 12시가 되도록 서양 여자 둘과 남자 둘이 큰소리로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냥 잠들자하고 한 시간을 누워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다가 결국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Excuse me. Very sorry. Can you keep it down? I'm going to get up in the early morning. Sorry." 용기를 내긴 했지만 민망한 마음에 빨리 문을 닫고 들어왔는데 알아들은 .. 더보기 2012_루앙프라방[17] 숙소에 거의 다 와 갈 무렵 세차게 비가 내린다. 안으로 들어서니 주인아주머니와 첫 날 보았던 명상가가 함께 손 안에 구슬을 돌리며 앉아있다. "Hello"하고 인사를 건네니 반갑게 맞아준다. 영국에서 왔다는 G. 그는 이틀 뒤에 비자 때문에 태국 농카이로 간다고 하는데 동남아시아 여러나라를 돌아다녔나보다. 그는 부처와 내추럴리즘에 심취해있는 명상가였는데 종교가 없다는 나에게 그것은 좋은 일이라며 내추럴리즘이 사람들을 화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역시 부처는 각자의 마음 안에 불심이 있으며 스스로가 곧 부처라고 말했다고 답한다. G는 하루에 이십분씩만 명상을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뇌 안에 스스로를 자각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있는데 자라면서,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면.. 더보기 2012_루앙프라방[16] 지도에 나와있는 사원을 차례차례 둘러보는데 솝시칸 사원 절당에 문이 열려져 있다. 신발을 벗고 큰 불상이 있는 법당 안으로 들어간다. 비엔티안에서 룬스님에게 배운대로 밀랍초에 불을 켜 촛대에 꽂는다. 라오식 절은 기억이 나질 않아 한국식 절을 한다. 두 번째 절을 하는데 갑자기 울음이 북받쳐 올라 엎드린 채로 일어나질 못했다. 겨우 세 번째 절을 끝내고 앉아 한참을 더 울었다. 라오스에 온 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사람이 그리운 걸까, 아니면 늘 걱정많은 어머니의 말처럼 멀리까지 사서 고생을 하러 온 게 후회되기 때문일까. 나는 늘 사람을 대하는 걸 힘들어하면서도 사람을 그리워했다. 먼저 다가가길 늘 두려워하면서도 진실한 관계를 원했다. 말이 없어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서로 어.. 더보기 2012_루앙프라방[15] 시사방봉거리 옆에 있는 아침시장을 둘러보려고 7시에 시계를 맞춰놓았지만 새벽에 잠을 깨 뒤척이다 피곤함에 못 이겨 8시가 넘도록 일어나질 못했다. 시장은 내일 봐도 되는 거고 몸을 잘 챙기는 게 우선이다 싶다. 세수를 하고 창을 열어보니 날씨가 맑다. 어젯밤엔 갑자기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더니만... 같은 우기라도 싼야부리가 특히 비가 더많이 오는 지역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껴둔 군고구마 봉지를 열어보니 작은 개미떼가 점령하고 있다. 싼야부리 숙소에선 바닥에 개미가 돌아다녀도 침대 위까지 올라오진 않았는데 이곳에선 제 집은 어디라도 좋다는 듯 옷과 지도 위를 막론하고 개미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하긴 내가 너희 구역을 침범한 것일테지.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린다. 화장실의 어딘가를 체크.. 더보기 2012_루앙프라방[14] 루앙프라방 북부정류장에 내려 다음 행선지인 우돔싸이로 가는 시간표와 비용, 소요시간을 확인한다. 9시, 12시, 16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 이동에 5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7시간이 걸린다는 매표소 직원의 말. 9시 차를 타는 게 낫겠다. 시간표를 확인하고 이번엔 좀 느긋하게 터미널 밖의 뚝뚝을 이용해볼까 싶은데 또 터미널 안의 뚝뚝기사가 부른다. 다시 여행자거리로 가기 위한 뚝뚝기사와의 설전에 임하며, 얼마예요? 20,000kip(한화 약 3,000원). 고개를 저으며 걸어가려니 다시 15,000kip을 부른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을 보자 이미 사람 2명과 짐을 몇 포대 싣고 닭까지 망 안에서 푸닥거리는 뚝뚝. 아무려면 어떠냐 나는 내 길을 가면 될 뿐. 드디.. 더보기 2012_싼야부리→루앙프라방[13] 그나저나 싼야부리에 올 때는 버스 차장이 출입문을 자주 열고 운행하던데 이 버스도 그렇다면 흙먼지 많이 먹게 생겼다. 차냄새가 심하게 나는 비오는 날. 아껴두었던 멀미약을 꺼내 먹는다. 9시에 출발하는 비엔티안행 버스 앞에는 꽃과 향이 묶여있다. 무사운행을 기원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루앙프라방행 버스운전석 앞에도 작은 불상과 밥이 든 제그릇, 향이 놓여져 있다. 버스 안 승객은 나까지 15명 남짓, 9시 15분, 버스가 출발한다. 십대로 보이는 버스의 잔일을 맡는 차장은 열려진 출입문을 잡고 서서간다.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위험해보이는데도 운전사와 이야기까지 하며 잘도 간다. 빗길이라 올 때처럼 머리에 뽀얗게 내려앉은 흙먼지는 없지만 진흙길이라 버스가 더 천천히 간다. 길에서 기다리는 승객을 중간중간..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