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야부리 시장, 시장은 라오스에 있는 내내 나를 지탱하게 해준 활력소이자 주요한 음식 공급처였다.
싼야부리 신버스정류장에서 시장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뚝뚝요금으로 30,000kip을 줄 만한 거리는 아닌 듯 하다. 뚝뚝기사가 내려 게스트하우스 주인을 부르려 하기에 방값이 비싸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우선 시장부터 둘러보고 오겠다고 만류하고 뚝뚝기사를 보낸다. 걸음을 옮기니 시장 맞은편 좌판에 신발을 수선하는 부부가 있다. 떨어진 샌들 한쪽을 들어 보였더니 남편이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예요?” “5,000kip(약 750원)” “좋아요.”
왼쪽 샌들 뒤편의 양쪽끈 중 한 개만 떨어졌는데 다른 한쪽도 묶어준다. 꼼꼼하기도 해라. 수선이 끝난 신발을 남편이 정확하게 내 앞으로 휙 던져준다. 5,000kip을 지불하고 걸어간다. 왼쪽 신발이 튼튼하게 조여지니 오른쪽과 느낌이 다르다. 오른쪽 샌들끈도 간당간당하는 것 같아 다시 뒤돌아 가 오른쪽 샌들도 마저 맡긴다. "썹짜이(마음에 들어요)"를 외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다른 도시에 비해 관광객이 덜 찾는 싼야부리는 지도를 구하기가 힘이 든다. 싼야부리로 봉사활동을 갔던 내용을 적은 책에 나온 지도를 복사해갔다.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지도에 있는 믿따팝 중학교와 아누싸와리 혁명탑의 위치를 물어 내가 서있는 위치와 방향을 가늠해가며 게스트하우스 표지판이 보이는 곳마다 들어가 가격을 묻기 시작했다. 산티팝 게스트하우스는 80,000kip. 이틀을 묵어도 안 깎아 준다니 좋아는 보이지만 너무 비싸 패스다. 외관상으로 좋아보이지만 골목을 더 들어가야 하는 alooncheer호텔에 들어간다. 얼마냐고 물으니 방값표를 보여주며 얼마짜리를 할 건지 묻는다. 제일 저렴한 40,000kip짜리를 보여달라고 하니 후미진 건물의 방을 보여준다. 화장실은 물이 흥건하고 세면대 물을 트니 물이 세면대에 반사되어 분수처럼 내쪽으로 쏟아진다. 뜨거운 물도 안 나온다고 하고... 다음은 바이몬포네사완 게스트하우스. 로비에 화려해보이는 여인 2명이 앉아있다. 2층방은 TV와 선풍기가 있고 뜨거운 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분위기가 어둡고 침침하다. 명함 속에 있는 밝고 깨끗한 방사진과는 전혀 다르다.
또 걷는다. 이곳 싼야부리는 햇볕을 피할 곳이 없다. 외관이 예뻐보이는 toutou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서니 맞이하는 사람이 없다. 몇 번이나 hello를 목청껏 소리치니 젊은 아가씨가 나온다. 에어컨, TV가 있고 온수가 가능한 방 두 개를 보여준다. 하루 80,000kip. 이틀 묵으면 깎아줄 수 있냐고 물으니 하루 70,000kip에 해주겠다고 한다. 에어콘은 필요없으니 더 깎아달라고 해도 안된다고 한다. 더 돌아보고 오겠다고 길을 나서는데 처음 뚝뚝에서 내렸던 시장 부근에서 점점 멀어져만 간다. 16시간 동안 물도 안 먹고 화장실로 안 가고 이 땡볕에 배낭을 메고 걷고 있으니 참... 이 길쪽으론 게스트하우스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듯하고 다른쪽으로 더 걸어갈 기운도 이젠 없는 듯하다.
싼야부리 도청
싼야부리 도교육청. 이러한 건물들은 내 위치가 어디쯤에 있는지 알수있게 해주는 중요한 표지가 되었다.
돈 몇푼 아끼자고 이게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나마 나은 곳에 묵었으면 좋겠다 싶어 다시 toutou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아까본 방 2개 중에 더 마음에 드는 방은 화장실 전등이 고장나 있어 급한대로 다른 방 전등과 바꿔달라고 했더니 별채에 있는 다른 방을 또 보여준다. 안채에 있는 방보다 더운 공기가 느껴졌지만 에어콘을 안쓰면 이틀에 120,000kip에 해주겠다고 해서 좋다고 했다. 배낭을 던져놓고 로비에 있는 정수기 앞에 가서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일단 시장에 가서 먹을거리를 좀 사온 뒤 샤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장을 찾아간다. 라오개발은행 간판이 보여서 갖고 있는 화폐를 좀 더 작은 단위의 돈으로 바꿀까 싶어 문을 밀자 꼼짝도 안한다. 아, 참. 오늘은 토요일이구나. 여행자에겐 요일의 개념이 희박해진다. 2008년 한국코이카에서 지원을 해주었다는 믿따팝 중학교의 교정도 텅텅 비어있다. 아쉽다.
2008년 대한민국 코이카의 지원을 받았다는 안내판이 설치된 믿따팝중학교.
마침 도착한 날이 토요일이라 학교는 썰렁했다.
그런데 도통 시장이 안 보인다. 시장이 어디있냐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으니 내가 걸어왔던 방향을 다시 가리킨다. 갖고 있는 지도가 잘못됐나 보다. 땡볕에 그늘 한 점 없는 곳, 사람들은 다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시장이 어디에요? 묻고 묻고, 또 묻고...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데 아까 길을 가르쳐준 남학생이 오토바이를 내 앞에 멈춰세우고는 시장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타라고 한다. 작은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소년의 어깨를 어색하게 잡고 잠시 달리다보니 아까 보았던 시장에 도착한다. 이름이 ‘아이’라는 친절한 남학생 덕분에 몇 걸음을 절약할 수 있었다. 컵짜이(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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