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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보기/2012_라오스

2012_쌈느아[42] 저녁을 먹고 창밖을 보니 탑과 그 뒤로 색색의 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방안에 있는 것보다 나가서 한 바퀴 둘러보는 게 좋을 듯해 조형탑 근처로 가본다. 벽면에 인물부조가 그려져 있고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 라오스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근처에서 20분이 넘게 앉아 있지만 나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 밝은 조명에 모여든 벌레들이 꼭 움직이는 별처럼 보인다. 불이 너무 밝아서 그런지 실제 밤하늘에는 별이 보이질 않는다. 앉아있는 옆사람에게 탑을 가리키며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누에캬오' 라고 한다. 누에캬오, 누에캬오... 혼잣말을 되뇌면서 그냥 걷다보니 가고 있는 길이 너무 어두운 것 같아 숙소 방향으로 돌아가려고 도로를 건넌다. 반대편 길에서 전등을 들고 있는 한 남.. 더보기
2012_쌈느아[41] 반대편으로 가 가게를 구경하며 숙소로 돌아갈까 생각하고 있으니 멀리 흔들다리를 건너가는 어린애가 보인다. 이왕이면 저 다리로 건너가 봐야겠다 싶어 다리 근처로 가니 정자 같은 곳에 할아버지와 교복을 입은 남학생 몇 명이 보인다. 통행료를 받는 건가 싶어 인사를 하고 손짓으로 건너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할아버지가 건너가도 된다고 하신다. 아이들이 낯선 나를 힐끔힐끔 보며 자기들끼리 뭐라고 하며 웃고 떠든다. 호기심이 발동해 나도 정자로 가서 앉는다. 할아버지는 천천히 그물을 꿰매고 있고 5명의 남자 아이들이 앉아 있기에 "꺼이 뺀 콘 까올리(나는 한국 사람입니다)"라고 했더니 나에게 라오말로 뭐라고 한다. "미안해, 라오말 잘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아이들 얼굴을 보는데 하나같이 정말 잘 생겨서 눈이 휘둥그래.. 더보기
2012_쌈느아[40] (북쪽지역으로 올수록 중국인의 생활권에 가까워 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볼 요량으로 길을 나선다. 다리 건너에 시장이 있다고 들어서 걸음을 옮기니 潘胜市场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숙소에도 붉은 등이 달려 있어 주인이 중국계인가 싶었는데 쌈느아에도 중국사람이 많은가 보다. 공간이 구획되어져 있는 시장의 안쪽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바깥쪽에는 의류상점류 몇 개밖에 없다. 실망을 하고 좀 더 걷는데 또 다른 시장이 눈 앞에 짠~하고 나타난다. 각종 과일과 채소, 반찬 등이 있는 먹거리 시장이다. 오~ 숙소를 구할 때만 해도 휑한 듯한 이 도시에 마음을 붙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좀 푸근해진다. 무엇이 있는지 일단 한 바퀴 쭈욱 둘러본 뒤 반찬을 파는 상점으로 간다. 밥 한봉지는.. 더보기
2012_쌈느아[39] 푹 좀 자려고 알람을 10시에 맞춰놨는데 오늘도 6시쯤 눈을 뜨고 말았다. 숙소의 이불은 덮고 싶지 않아 얇은 점퍼를 입고 잤지만 추웠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다 결국 예정한 10시쯤 몸을 일으켜 세운다. 지금 묵고 있는 숙소가 있는 정류장이 다음 이동 예정지인 씨엥쿠앙(폰사완) 차편이 있는 푸타누정류장이 맞는 것 같으니 버스시간을 알아보기도 편하거니와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 숙소를 구하러 다니던 평균적인 시간보다 이르니 여유롭다. 또한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도 12시가 넘어야 체크인이 될테니까. 하지만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느껴지는 불안함은 어쩔 수가 없다. 짐을 챙겨들고 내려오니 정류장 의자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숙소 주인아줌마를 찾는다고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한쪽 의자에 앉아있.. 더보기
2012_농끼에우→쌈느아[38] 빗소리에 본능적으로 눈을 떴다. 잠결에 정원으로 뛰쳐나가 줄에 걸린 빨래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게스트하우스 아줌마가 내 빨래를 걷어 막 처마 밑 빨래줄에 다시 걸어놓는 참이다. ‘컵짜이(고맙습니다)’ 하고 빨래를 갖고 오는데 축축하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멈추는 비. 변덕스러운 날씨다. 6시 반에 알람을 맞춰 놓았었는데 아직 30분 전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바로 일어나자 싶어 세수하고 우산을 챙겨들고 7시에 맞춰 신발수선집으로 향한다. 신발을 고치고 아예 버스정류장에도 들러 쌈느아행 버스표도 끊어올 참이다. 수선집에 가니 어두운 집 안에 아이 2명만 보인다. 엄마 있냐고 물어도 없다는 건지, 있다는 건지... 사바이디(안녕하세요)를 큰소리로 외쳐 봐도 집안은 조용하다. 분명 .. 더보기
2012_농끼에우[37]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그 사이 아까 둘러봤던 학교는 교실마다 문이 굳게 잠겨있다. 사람들이 빨래를 하던 맑은 물줄기에 손을 씻고 발을 적신다. 그 사이 발은 온통 모기에게 뜯긴 자국들이다. 아주머니는 아직도 베를 짜고 있다. 생긋 웃어주긴 했지만 몸이 피곤하다.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빨래를 넌다. 빨래가 마르기에 좋은 날씨다. 해먹에 누워 이런저런 정리를 하고 있으니 해가 진다. 라오스에서 석양을 한번은 보고 싶은데 여긴 산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산에 막혀있다 할지라도 숙소에서 풍경을 보는 것보다는 다리 위에서 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 바나나도 더 사올 겸, 밖으로 나선다. 역시나 다리 위에서 보는 노을도 산에 가려 숙소베란다에서 보이는 것과 다를 바는 없다. 하지만 다리를.. 더보기
2012_농끼에우[36] 아스팔트 길을 계속 걸어가니 Welcome to Historical Pathok cave라는 안내판이 보여 오른편길로 들어선다. 한 소년이 웃통을 벗은 채로 장작을 자르고 있다 나를 보더니 옆 원두막 같은 곳을 가리킨다. 입장료를 계산하는 곳인가 본데 한 남자가 누워자고 있기에 불러 깨우고는 입장료 5,000kip(당시 한화 약750원)을 지불하고 장부에 내 정보를 기록한다. 강 안에 여자애 둘이 망태기를 안고서 고기를 잡는지 이리저리 강을 살펴보고 있다. 나를 한번 흘끔 쳐다보더니 제 할 일을 한다. 삐거덕 거리는 대나무 다리를 지나 강을 건너니 울타리를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든 작은 나무 사다리가 나타난다. 사다리를 건너려니 그 곳이 나비들의 휴식처인지 시야에서 수십마리 나비들이 일시에 날아오르며 춤을.. 더보기
2012_농끼에우[35] 오늘은 어제보다 제법 푹 잘 잤다. 문을 다 닫고 옷을 평소보다 껴입고 잤는데도 추웠던 것만 빼면 말이다. 어제 인터넷으로 파토케 동굴가는 길을 표시해둔 지도를 발견해서 오늘은 모처럼 제대로 된 걷기를 해볼 참이다. 오이 하나를 챙겨먹고 핑의 가게로 간다. 밥을 사러왔다고 했더니 핑이 이젠 먼저 '쏭판(2000)'이냐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사람들이 식사하고 있는 고깃국을 보며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뭉'이라고 한다. 핑이 주는 봉지밥을 받아들고 길을 나선다. 강가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부부와 발가벗은 아이가 보인다. 강, 라오스사람들의 삶의 터전. 평화로워 보인다. 그런데 오전 10시 전인데 핑은 왜 학교를 안 가고 있는 걸까? 게스트하우스가 밀집해있는 거리 가까이에 절 하나가 보인다. 있.. 더보기
2012_농끼에우[34] 점심 때쯤 되자 일주일은 계속 퍼부을 기세같았던 비가 주춤해진다. 허기진 터라 우산을 들고 숙소를 나선다. 다리를 건너는데 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다. 자세히 보니 어제 밥을 샀던 가게의 '핑'인 것 같아 핑이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다. 마침 또 핑의 가게에 밥을 사러 가는 길이지만 새삼스럽게 반가워하는 것도 오버하는 것 같아 그냥 길을 걷는다. 핑의 가게에서 밥을 샀다. 게스트하우스가 밀집되어 있는 다리의 반대편 길로 걸어간다. 이왕 비도 그쳤고 산책도 할 겸 버스정류장의 위치를 확인해볼까 싶다. 길을 걷는 아이에게 한 번 묻고 어른에게 한 번 묻고. 말이 좀 다른 것 같다. 15분쯤 걸으니 버스정류장 팻말이 보여 들어가니 어제 도착했던 정류장이 맞다. 역시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매.. 더보기
2012_농끼에우[33] 날은 슬슬 어두워지는데 불을 켜면 모기떼의 습격을 받을 것 같고, 모기장 안에 들어가 자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 것 같아 게스트하우스 정원으로 나온다. 어디든 모기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조명이 있어 밝기도 하고 마음이 훨씬 덜 답답하다. 그래도 농끼에우에서는 모기때문에라도 다른 곳보다 훨씬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게 될 것 같다. 마당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돼서 온 세상이 까매졌다. 이런저런 인위적인 조명에 가려 별빛을 제대로 보지 못했었는데 지금보니 하늘에 별이 크고 참 밝다. 1분도 안돼서 다시 불이 켜지고 눈앞에 별이 사라진다. 나에게 별을 선물해주려고 누군가 잠시 전원을 내려준 것만 같은 상상이 든다. 아무렴 어떠랴. 막대점괘 종이에 다 잘 될 거라고 했으니 다 잘 될 거라고 믿고 싶다.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