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려고 밤 10시 전에 침대에 누웠는데 게스트하우스에 친척손님이라도 왔는지 창밖이 북적거리고 소란스럽다. 조용하던 옆방의 tv소리가 크게 들리고 계속해서 문을 여닫고 장롱닫는 소리까지 난다. 겨우 잠자리에 들었는데 또 눈을 뜨고 말았다. 새벽 2시가 좀 넘은 시간. 몸이 추운 것 같다. 덮고 있던 바람막이 점퍼를 고쳐입고는 한시간을 이리뒤척 저리뒤척 했다. 다시 눈을 뜬 시간, 5시가 넘었다. 침대에서 좀 더 뒹굴거리다 일찍 준비하자 싶어 5시 50분에 맞춰두었던 알람을 취소하고 일어난다. 씻고 짐 챙기고 빠진 것 없나 한번 더 둘러보고 숙박비 계산을 하러 간다. 3박을 했으니 하루 60,000kip(한화 약 9,000원)씩, 180,000kip을 예상하고 전날 분리해뒀는데 웬걸 160,000kip을 부른다. 아싸~ 컵짜이(고마워요)~ 쏙디(행운을 빌어요~)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싼야부리로 오기 위해 움직이는 버스에서 1박을 했던 날을 제외하면 싼야부리에서는 잠시 몇 번을 멈추었을 뿐 거의 종일 비가 내린다. 시장을 향해 걷는다. 여기 싼야부리 사람들은 외국인이 낯선지 지나가기만 해도 다들 쳐다본다. 거의 시골이라는 이곳에도 게스트하우스가 30개쯤은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하긴 나도 싼야부리에 있는 동안 숙소를 찾던 첫날 산티팝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갔다가 앉아있는 외국인을 본 게 다였으니... 웃통을 벗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서양인을 자주봤던 수도 비엔티안과는 확실히 다르긴 하다.
시간은 오전 6시 45분. 마음이 급해지고 조금은 불안해진다. 비엔티안에서 싼야부리행 티켓을 끊던 그날처럼 표가 다 팔리고 없을까봐. 평일 아침 도시로 가는 사람들이 많기야 하겠나 싶으면서도 내가 이곳 상황을 알 수가 있나. 비엔티안에서 시골로 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지도 몰랐으니... 시장 앞을 걷고 있으니 뚝뚝기사가 손짓을 한다. 다가가서 버스터미널까지 얼마냐고 묻자. 20,000kip이란다. 손을 젓자 15,000kip. 또 고개를 휘젓자 10,000kip이란다. 10,000kip?! 분명 10,000kip이라고 했어요. 십판낍(10,000kip)!! 라오스말로 한번 더 다짐을 받는 것처럼 확인을 하고 뚝뚝을 탄다.
뚝뚝을 타고 한참을 가다 주유소에 멈춰서더니 뚝뚝기사가 나에게 10,000kip을 달란다. 10,000kip? 기름 넣을 돈이 없는 건가? 여기서 돈을 주고나면 도중에 내리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정류장에서 또 10,000kip을 달라고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어리둥절해하다가 일단 뚝뚝기사에게 10,000kip을 건넨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저번처럼 바보같이 굴지말고 단호하게 아니라고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는다. 기름을 넣고 다시 뚝뚝을 몰아 타고 가다보니 첫날 봤던 버스정류장이 눈에 보인다. 시장에서 정류장까진 걸어오기엔 제법 먼거리다. 뚝뚝기사에게 컵짜이(고맙습니다), 쏙디(행운을 빌어요) 라고 말한다. 다행히 기사는 돈을 더 요구하지 않고 나에게 악수를 청한다. 고마워요, 아저씨.
정류장에 내려서니 매표소 안에 사람이 없다. 시골이라 가는 사람이 별로 없으면 버스운행을 안한다는 이야기도 책에서 본 터라 마음이 불안해진다. 매표소를 기웃거리자 정류장에 앉아있는 한 남자가 8시에 문을 연다고 이야기해준다. 지금은 오전 7시. 버스정류장도 운영시간이 관공서와 비슷한건가? 비엔티안에서도 그렇고 이곳 싼야부리에서도 그렇고 모든 관공서나 관광지가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 문여는 시간은 8시 30분쯤이었던 것 같다. 이곳 정류장에도 개 3마리가 이리저리 어슬렁거린다. 라오스거리에는 개들이 정말 많다. 떠돌이 개인지는 모르지만 제법 큰 개들이 짖어대며 따라올 땐 줄행랑을 치고 싶지만 물까봐 겁이 나서 그냥 뒤도 안보고 걷고는 한다. 메모를 끼적이며 정류장에 앉아있으니 사람들이 짐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내린다. 매표소 창에는 홍사, 루앙프라방, 비엔티안이 적혀있다. '홍사'는 사람이 차야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평일 비오는 날에도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이 있다.
7시 45분쯤 되니 매표소가 열리고 사람들이 몰려간다. 앞에 선 사람에게 가격을 물어 확인하고 60,000kip에 오전 9시 루앙프라방행 버스 좌석 3번을 배정받는다. 8시 5분쯤 루앙프라방행 버스가 도착한다. 옆에 있는 스님에게 "루앙프라방에 가느냐"고 묻는다. 나는 또 "나도 루앙프라방에 간다"고 묻지도 않은 말을 답한다. 정류장에선 무조건 눈도장을 찍고 동지를 만들어서 눈치껏 따라가야지 실수가 덜할 것 같다. 스님에게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단다. 스님들은 비엔티안의 '룬'처럼 조금이라도 영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더니 다 그런 건 아닌가보다. 어느 사원에 있냐고 라오말로 물어보려 애쓰다 전혀 못 알아듣는 눈치라 포기하고 만다.
좌석 3번은 운전석 반대편 제일 앞 창가자리였다. 작은 창이 달려있어 바람을 좀 쐬면 멀미는 덜할 것 같아 다행이다. 반대편 좌석에 앉은 할머니가 쌀밥과 함께 잎사귀에 싼 무엇인가를 먹고 있다. 앗, 시장에서 확인하지 못했던 저 잎사귀 음식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겠군. 할머니 앞에 가서 음식을 가리키며 이거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삥씬'이라고 한다. 고기다진 것처럼 생겼는데 '씬'이 들어가는 걸 보니 고기맞는 것 같은데 무슨 고기인지 정리해온 라오말 프린트물안에는 없다. 오오~ 찹쌀밥인 줄 알고 샀으면 먹지도 못하고 낭패를 볼 뻔했구나.
'낯설게 보기 > 2012_라오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_루앙프라방[14] (0) | 2014.03.08 |
---|---|
2012_싼야부리→루앙프라방[13] (0) | 2014.03.07 |
2012_싼야부리[11] (0) | 2014.03.06 |
2012_싼야부리[10] (0) | 2013.06.20 |
2012_싼야부리[09] (0) | 2013.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