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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보기/2012_라오스

2012_싼야부리→루앙프라방[13]

그나저나 싼야부리에 올 때는 버스 차장이 출입문을 자주 열고 운행하던데 이 버스도 그렇다면 흙먼지 많이 먹게 생겼다. 차냄새가 심하게 나는 비오는 날. 아껴두었던 멀미약을 꺼내 먹는다. 9시에 출발하는 비엔티안행 버스 앞에는 꽃과 향이 묶여있다. 무사운행을 기원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루앙프라방행 버스운전석 앞에도 작은 불상과 밥이 든 제그릇, 향이 놓여져 있다. 버스 안 승객은 나까지 15명 남짓, 9시 15분, 버스가 출발한다. 십대로 보이는 버스의 잔일을 맡는 차장은 열려진 출입문을 잡고 서서간다.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위험해보이는데도 운전사와 이야기까지 하며 잘도 간다.

 

빗길이라 올 때처럼 머리에 뽀얗게 내려앉은 흙먼지는 없지만 진흙길이라 버스가 더 천천히 간다. 길에서 기다리는 승객을 중간중간 태우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거대한 마대자루 짐가방은 어디서 똑같이 맞추기라도 했는지 빨강, 노랑, 초록, 분홍, 파랑 5색줄무늬가 반복되는 것이 똑같다. 싼야부리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메콩강을 넘기 위한 보트를 타기 위해 기다린다. 강을 건너온 보트에서 버스 한 대, 트럭 한 대, 승용차 한 대가 내린 후 다시 승용차 3대와 우리가 탄 버스가 오른다.

 

 

아까 버스 정류장에서 말을 걸어도 별 표정없던 옆자리 아가씨가 가방에서 우리네 ‘스트로베리 카스타드’같은 과자를 꺼내 껍데기를 벗겨 내 쪽으로 내민다. 소심한 나는 끄트머리만 떼어 먹고 컵짜이(고마워요) 한다. 아가씨는 먹고난 과자봉지를 팔을 뻗어 내 쪽 창밖으로 휙 던져버리더니 또 ‘롯데샌드’같은 비스킷을 꺼내 나에게 내민다. 과자 한 개 집어들고 나는 또 “컵짜이(고마워요)”하고 아가씨는 또 과자봉지를 밖으로 휙~.
싼야부리행 버스에서도 멀미한 비닐봉지를 사람들이 창 밖으로 던져버리더니 이곳은 자연이 삶의 터전이자 화장실이자 휴지통이다.

 

버스가 가다 멈춰선다. 앞에 제법 거대한 트럭 한 대가 진흙탕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리고 트럭에 밧줄을 묶어 시동을 걸고 당기기 시작한다. 나는 우산을 꺼내 내 옆의 할머니를 씌어드리며 구경하고 있자니 옆좌석 아가씨가 슬그머니 우산 뒤로 들어와 피를 피한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트럭은 진흙탕에서 구출됐다. 버스도 진흙탕을 무사히 지나간 뒤에 승객들이 다시 올라탔다. 지금 시각 오후 12시 30분이니 1시까지 루앙프라방에 가기는 틀렸다. 버스는 한참을 가다 이번엔 또 쾅하는 소리를 낸다. 차장이 내려 버스를 살펴보고 소리치자 운전기사도 따라 내린다. 부속품이 떨어졌는지 나사를 조으는 모양인데 또 한참을 기다려야 될 듯하다. 여긴 ‘버뺀양(괜찮아요)’의 나라, 라오스가 아닌가! 1시 50분, 차가 고쳐졌는지 시동이 걸린다. 이러다 2시에 싼야부리에서 출발하는 루앙프라방행 버스를 만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느새 비도 그치고 해도 쨍쨍, 흙먼지를 헤치며 버스는 또 다시 출발한다. 루앙프라방쪽으로 들어서면서 차가 멈추고 소년 차장이 ‘나사’를 사온다. 또 다시 부품교체작업으로 시간을 보내고 4시간이 걸린다는 매표소 직원의 말과 달리 오후 3시에 루앙프라방에 도착한다. 총 6시간의 여정이다. 어쨌든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버스 밑에서 고생한 차장과 기사님, 사바이디~! 버스에서 내리려다 혹시나 해서 기사에게 묻는다. “여기가 북부정류장인가요, 남부정류장인가요?” “남부정류장.” 뭐라고요? 당황해서 남부, 북부도 헷갈려 버벅거리며 라오스어로 다시 한번 더 물어본다.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남부정류장’. 내려서 매표소를 확인하니 내가 가려는 북부지역이 아닌 싼야부리, 방비엥, 비엔티안, 시엥쿠앙 시간표가 붙여져 있다. 싼야부리의 북쪽에 루앙프라방이 위치하고 있으니 당연히 북부정류장에 내릴 것이라 짐작했던 것이 착각이었다. 루앙프라방에서 싼야부리는 남쪽이니 남부정류장으로 오는 게 당연한데도 말이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내가 알아보고 이해한 정보는 이러하다. 비엔티안, 루앙프라방, 방비엥 같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큰 도시는 대개 북부정류장과 남부정류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출발하는 지점에서 가려는 도시가 북쪽에 있으면 북부정류장, 남쪽에 있으면 남부정류장을 이용하면 되었다. 싼야부리나 시엥쿠앙같은 작은 도시는 대개 구터미널과 신터미널로 나뉘는데 마을과 매우 가까운 동네지역은 구터미널을, 다른 도시로 가려면 신터미널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각 도시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고 지역마다 다를 수도 있으니 대략이라도 정보를 수집해 가면 덜 힘들 것 같다.

 

아무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나는 시계를 들여다 본다. 아직 4시도 안됐다. 넉넉잡아 저녁 6시를 기준으로 잡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숙소를 잡아도 이정도면 아직 시간이 괜찮으니 침착하자, 침착하자. 우선 지도상으로 북부정류장과 남부정류장의 위치를 가늠하고 같이 버스를 타고 왔던 아저씨에게 다가가 북부정류장까지 가는데 뚝뚝으로 얼마냐고 묻자 아저씨는 잘 모르는지 근처에 있는 뚝뚝기사를 불러버린다. 아, 가격을 알고 불러야 되는데... “북부정류장까지 얼마인가요?” “20,000kip." ”그럼 시사방봉(여행자거리)까지는 얼마인가요?” “20,000kip." 지도상으로 남부터미널과 북부터미널 사이에 여행자가 많은 거리가 있는데 같은 가격을 부르는 것을 보니 북부터미널에서 시사방봉까지도 20,000kip을 넘지 않을 것 같군. 나는 고개를 젓는다. “15,000kip" "글쎄요."

 

뒤돌아서는데 다른 뚝뚝기사가 영어로 어디가냐고 묻는다. “북부정류장.” 내 대답을 듣고는 저 멀리 사람들이 가득찬 상태로 막 떠나려는 뚝뚝을 불러 세운다. “얼마예요?” “20,000kip" "비싸요.” 다들 북부터미널로 가는 사람들인가본데 아까 같이 버스를 타고 왔던 사람들이다. 뚝뚝기사가 라오스 사람들을 가리키며 same, same한다. 내가 눈치를 보며 NO same한다. 역시 “same, same." 흠... 운전하는 뚝뚝기사가 다시 출발하려 하는데 가격을 말한 기사가 다시 “15,000kip"한다. 오케이, 15,000kip. 뚝뚝에 배낭을 싣고 쪼그리고 앉아 간다. 싼야부리에서부터 같이 버스를 타고 왔던 옆 할머니에게 귓속말로 조용히 묻는다. 북부정류장까지 가는데 얼마예요? “10,000kip" “컵짜이(고마워요), 컵짜이.” 그럼 그렇지, 그래도 어쩌겠는가, 외국인을 내국인과 다르게 특별하게 모시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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