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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보기/2012_라오스

2012_비엔티안→싼야부리[06]

싼야부리로 오는 내내 버스에서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불편하게 꾸벅꾸벅 졸고 있는 술리냐에게 피곤하면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라고 했다. 앉은 높이가 서로 다른 탓에 술리냐의 고개가 불편할까봐 어깨를 계속 꼿꼿이 세우고 ‘잠든 술리냐’의 이마쪽을 손으로 받치고 있는 게 쉽지는 않다. 여전히 비몽사몽이다. 한번 눈을 뜨니 어슴프레 산의 윤곽이 보이고 또 눈을 뜨니 날이 밝아있다.

 

또 눈꺼풀이 감기고 졸다가 깨니 그 사이 먼저 깬 술리냐가 내모습을 보고 웃는다. 사람들이 내리길래 여기가 싼야부리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곳곳에서 버스를 탔던 것처럼 곳곳에서 사람들이 내리나보다. 사람도 내리고, 짐도 내려지고... 흙먼지 바람이 열린 창문으로 계속 들어온다. 어떤 사람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는데 나는 그냥 흙바람을 맞는다. 라오스에 온 날부터 오후마다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싼야부리로 가는 내내 비가 내리지 않으니 고맙다.

  

잘 가던 버스가 갑자기 ‘퍽’하는 굉음을 내고 흙먼지가 크게 일어나더니 툴툴툴 하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난다. 그 상태로 조금 더 가더니 정비소같은 곳에 버스가 멈춰선다. 사람들이 모두 내려 같이 따라내렸더니 아니나다를까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사이 사람들은 오토바이에 탄 채로 앞 바구니에 주전부리를 담아 팔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먹을거리를 산다. 술리냐가 도너츠를 사더니 먹어보라고 내민다.

 

버스를 타고 싼야부리로 향하던 중 타이어 한쪽이 굉음을 내며 터져버렸다. 다행히 근처에 정비소가 있었던지 신속하게 타이어를 교체한다. 정비소 직원인지 장갑을 끼고 왔다갔다하는 앳된 소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술리냐, 그거 얼마야?” “5,000kip.” 나는 지갑에서 5,000kip(약 750원)을 꺼내 술리냐에게 내민다. 술리냐는 내가 내민 5,000kip을 도너츠 사달라는 소리로 알아듣고 도너츠를 사러간다. 나는 급하게 술리냐를 잡고 그냥 너에게 주는 거라고, 내가 도너츠를 사는 거라고 말했다. 술리냐는 거절하다 내가 몇 번을 더 이야기하자 그제서야 돈을 받는다. 그렇게라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도너츠는 그냥 밀가루튀김인 줄 알았더니 안에 바나나가 들어있다. 술리냐는 내 옆에 앉아계시던 할머니에게도 도너츠를 건넨다. 착하고 예의바른 술리냐. 그 사이 타이어를 교체하고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잠시 후 눈 앞에 펼쳐진 메콩강. 강을 건너기 위해 버스가 멈춰서자 술리냐가 버스에서 내리자고 한다. 비엔티안에서도 메콩강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강물이 출렁이는 메콩강을 코앞에서 보다니... 술리냐는 강물에 손을 씻으며 나보고 만져보라고 하는데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이 세수도 하고 코를 풀고 있는 것을 보니 왠지 내키지 않아 손만 담그고 만다. 미안, 술리냐... 그 와중에 한 아줌마는 입안에 강물을 넣었다 뱉는 걸 반복하고 있다. 인도의 갠지스강처럼 메콩강은 동남아의 젖줄인가 보다.

 

차 여러대를 싣고 우리쪽으로 강을 넘어오는 보트. 이제 우리가 탈 차례다.

 

반대쪽에서 큰 보트에 차와 사람을 싣고 이쪽으로 건너온다. 다음은 우리쪽에서 보트에 버스를 싣고 강을 건넌다. 그 사이 라오스사람들은 봉지에 넣어 묶어 파는 메뚜기볶음을 사 먹는다. 라오스사람들의 간식인가 보다. 참새같은 조류와 쥐꼬치도 판매하고 있다. 강을 건넌 버스에 다시 오른다. 중간에 사람과 짐이 내려지기를 여러번. 드디어 싼야부리 신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총 16시간은 걸린 듯하다.

 

강을 건너자 길옆으로 작은 가게들이 있다. 그 앞에 진열돼 있는 꼬치류.

 

술리냐에게 버스시간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하고 표를 파는 곳으로 가니 작은 화이트보드에 라오말로만 적혀있어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술리냐의 도움을 받아 루앙프라방행 버스가 9시와 14시에 있고 소요시간은 4시간, 비용은 60,000kip이라는 것을 알아내어 메모한다. 그 사이 같이 내린 사람들은 어디론가 흩어지고 없다. 술리냐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한 장 찍어주고 그의 연락처를 받고 비엔티안에 돌아가면 전화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술리냐는 터미널로 가족이 데리러 온다는 모양이다.

 

싼야부리 신버스정류장

버스시간을 확인하러 간 매표소 옆 칠판에는 온통 라오스말뿐. 어디로 가는 버스가 언제 출발하는지 칠판만 봐서는 알 수가 없었다.

 

매표소 앞 유리에 적힌 글자만 보면 싼야부리에서 오갈 수 있는 도시는 홍사와 루앙프라방, 비엔티안 정도다.

 

술리냐와 함께 정류장내 대기하고 있는 뚝뚝기사를 찾아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곳까지 가는 가격을 물으니 60,000kip이라고 한다. 술리냐에게 너무 비싸다고 하자 다시 몇마디가 오가더니 30,000kip이라고 한다. 한 아저씨에게 선불로 30,000kip을 주면 다른 뚝뚝기사가 데려다주겠다는데 뭐가 어찌된 영문인진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하고 30,000kip을 주었다.(이어질 이야기에서 또 나오겠지만 싼야부리를 떠나는 날 , 신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오는 똑같은 구간에 대한 뚝뚝비용으로 10,000kip을 주었다.) 술리냐와 포옹으로 인사를 하고 뚝뚝에 올라탄다. 다시 낯선 곳을 찾아 떠나니 갑자기 불안해진다. 꼭 어미새를 잃은 아기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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