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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보기/2012_라오스

2012_농끼에우[32]

다리 위에서 보이는 전경

 

라오스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강에서 놀고 있다

 

잔잔한 강물 위에 점처럼 떠가는 배

 

내 숙소 앞 방갈로에는 서양인들이 웃통을 벗은 채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지만 게스트하우스가 밀집된 다리 인근을 제외하고 위쪽과 아래쪽은 라오스사람들의 일상터이다. 시장은 없다지만 작으마한 동네상점은 곳곳에 있다. 밥을 담는 대나무통이 있는 상점이 있기에 들어가보니 여자아이가 어린 동생을 포대에 업어 돌보고 있다. 밥만 파느냐고 물었더니 1kg에 10,000kip(당시 한화 1,500원)이라고 한다. 너무 많다며 2,000kip어치만 줄 수 있냐고 물으니 뭐라고 대답하는데 내가 잘 못 알아듣자 나를 데려가서 부엌에서 끓고 있는 밥을 보여준다. 5시는 되어야 한다고 하니 지금 시각 오후 4시 40분. 기다리겠다고 한다.

 

의자에 앉아서 여자아이의 이름을 물으니 '핑'이라고 한다. 핑이 진열되어 있는 닭고기를 가리키며 치킨은 필요없냐고 묻기에 나는 채소만 먹어 고기는 필요없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있으니 핑의 엄마가 삽에 흙같은 걸 들고 들어 온다. 핑이 엄마에게 내가 2,000kip어치 밥을 사러왔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나는 다시 "커이 약 쓰 카오(나는 밥을 사길 원해요)." 하고 말한다. 조금 더 기다리니 핑이 밥을 비닐봉지에 담아 가져다준다.

 

핑에게 또 보자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여행 중에 요긴하게 쓰고 있는 4색 볼펜이 없어진 걸 알았다. 혹시나 지도에 메모할 일이 있을까 싶어 보조 가방에 꽂아두었는데 숙소에서 오는 길에 떨어졌나 보다. 하는 수 없이 오는 길에 봤던 문구점에 가서 볼펜을 달라고 한다. 검은색 볼펜은 싼야부리에서 하나 샀으니 이번엔 빨간색 볼펜을 사야겠다. 볼펜을 가리키면서 주인에게 얼마냐고 물었더니 20개 17,000kip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이 필요없다고 하나만 달라고 했더니 1,000kip을 부른다. 볼펜을 사서 나오는데 맞은편 길 위에 내 4색 볼펜이 떨어져 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서 집었더니 그 위를 차라도 지나갔는지 플라스틱 몸통은 다 깨지고 볼펜심 부분만 남아있다. 깨어진 볼펜을 보고 있으니 왈칵 눈물이 난다. 볼펜을 손에 꼭 쥐고 숙소로 돌아온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풍기 바람 대신 휴대폰 충전을 택했다

 

밖이 보일 정도로 듬성듬성 엮여져 있는 방갈로의 외벽. 모기들과 함께 유유자적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휴대폰충전기를 콘센트에 꽂으려 해봐도 도저히 고정이 안된다. 라오스에서는 110V와 220V를 함께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그간의 숙소에서는 문제없이 잘 써왔는데 여기는 콘센트 구멍이 헐거워 아무리 끼워도 플러그가 반이상 빠져나온다. 콘센트 3칸이 다 이 모양. 그나마 제일 아랫칸 콘센트가 인식이 잘 된다. 여기있는 110V 선풍기를 꽂으면 선풍기가 돌아가니 그런대로 접속이 되는 모양인데 내 220V 충전기는 불가능이다. 아쉬운대로 상비용 밴드를 꺼내 붙여도 접속이 안된다. 낑낑거리며 코드를 붙잡고 있으려니 땀이 비오 듯 쏟아진다. 코드를 콘센트에 끼울 때마다 스파크가 인다. 무언가 허술하니 감전될까 무섭다. 어느 블로그에서 콘센트 고정이 힘드니 스카치테이프를 가져가면 요긴하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혹시나 싶기도 하고 짐이 될까 말았더니 이런 경우를 두고 한 이야기였나 보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가서 콘센트 고정이 힘들다고 테이프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없는 것인지,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것인지 나도 잘 못 알아듣겠다. 하는 수 없이 다시 펜을 샀던 문구점으로 간다. 테이프를 달라고 했더니 주인이 잘 못 알아듣기에 그 옆에 있는 청테이프 비슷하게 생긴 걸 가리켰더니(지금 생각해보니 제본용테이프였던 듯...) 알아듣고 투명테이프를 보여준다. 반가운 마음에 얼마냐고 물었더니 다시 무어라 그러면서 앞의 상점을 가리킨다. 앞에 보이는 철물점에서 판다는 말인 듯 싶어 철물점으로 가서 주인에게 테이프라고 말을 해도, 붙이는 시늉을 해봐도 못 알아듣는 눈치다. 철물점 진열대를 눈으로 훑어봐도 테이프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씻지도 못하고 해 다 지겠다. 다시 문구점으로 가서 철물점을 가리키며 못 알아듣는다는 시늉을 한다. 테이프를 빌려가서 철물점 주인에게 보여줄 작정이었는데 문구점아줌마가 철물점으로 와서 라오스말로 테이프를 말해준다. 컵짜이 라이라이(정말 고마워요).

 

5,000kip에 테이프를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더워도 선풍기보다는 카메라, 알람, 통신 등의 기능을 하는 다용도 휴대폰이 더 중요하니 세 번째 콘센트만 공략한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 구멍이 큰 지 조그만 각도와 움직임에도 예민해 고정이 힘들다. 길게 테이프를 떼어 겨우 고정시킨다. 충전이 안될까 폰을 만지는 손길도 조심스럽다. 한숨 돌리고 샤워를 한다. 물이 찔끔찔끔 나온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인데도 벌써부터 모기들이 덤빈다. 바닥이고 문이고 나무판자 사이고 밖이 보일 정도니 모기를 막기는 불가능하다. 이전에는 빨래를 하고 샤워를 했다면 이번엔 샤워 후에 옷을 챙겨입고 빨래를 함으로써 모기의 공격에 조금이라도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빨래집게를 챙겨온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다. 변덕스러운 라오스 날씨에 널어놓은 옷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필수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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