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의 기록 얼마간 나는 심청이 코스프레(costume play)를 했다.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다치셔서 입원을 하셨다. 누워있는 환자의 옆에서 보호자가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지만 병원은 보호자에게 이따금 어떤 선택을 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하는 일이나 수술 후 환자의 고통을 상쇄시켜주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무통주사액을 따로 달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것 따위다. 한시간 반이면 끝난다는 수술 직전 손을 들어 "파이팅"까지 외치고 들여보낸 엄마는 수술실 밖에서 세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질 않았다. 보호자를 부르는 의사를 따라 지저분한 가운을 대충 걸치고 들어간 수술실에는 아직 전신마취에서 덜 깨어나 비몽사몽하는 엄마가 누워 있었다. 수술 부.. 더보기 이전 1 2 3 4 5 ··· 179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