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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보기/2012_라오스

2012_비엔티안[01]

현지시간 오후 5시쯤 갑작스럽게 비바람이 쏟아진다. 창 밖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나무가 바람에 휘청거린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오후 4시쯤 숙소에 들어온 건 잘한 일인듯 싶다. 우산이 있어도 소용없을 날씨다.

어제 저녁 9시가 넘어 왓따이 공항에 도착할 때도 소나기같은 비가 쏟아졌다. 5월. 라오스는 우기인데 저녁 위주로 비가 내린다곤 하지만 언제 비를 만나게 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비성수기 평일 직항이라 비행기에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 밖으로 비행기는 2/3 이상 제법 찼다. 인천공항에 일찍 도착해 발권한 덕분으로 비상구 창가자리에 앉았는데 좌석이 뒤로 젖혀지지 않아 그런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기내식은 새우와 계란지단을 파헤치고 밥만 먹다가 깨알만한 돼지고기에 이르렀을 때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뚜껑을 덮고 말았다. 항공사 출발 서류 때문에 20분 넘게 비행기가 지연한 후 출발했는데 e-티켓상의 예상시간보다 오히려 빨리 도착했다. 티켓상에 라오스에서 오는 시간보다 가는 시간이 한시간 더 소요되는 걸로 적혀있어 이상하다 싶더라니... 숙소에 공항 픽업신청을 했더라면 정확하지 않은 시간 때문에 민망하고 안달해 했을 듯 싶다.

 

 

라오스 출입국 카드

 

대한민국에서 바로 오는 비행기인 만큼 한국인들이 우르르 공항에 내렸는데 비자발급을 위해 오른편으로 가는 사람은 나뿐이다. 다들 15일 이내로 라오스를 다녀가는가 보다. 혼자서 마지막으로 나와 환전소를 찾았는데 문이 닫겨있다. 비행시간까지는 운영을 한다고 들어서 보안원에게 물어보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탑승공간 밖으로 나가보라고 한다. 공항 실내로 나가니 아저씨 한 분이 A4용지에 내 이름 석자를 적어들고 서 있다. 한인 게스트하우스에 픽업서비스는 요청하지 않고 도미토리룸 예약만 했는데 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나 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또 있다며 빨리 가자고 하시길래 환전도 못하고(비엔티엔 공항 환전이 제일 좋다고 해서 공항에서 하려 했는데...) 차를 탔다. 공항 택시는 보통 7,8불, 게스트하우스 픽업은 10불이라 나름 아껴보겠다고 택시를 타려던 계획이었지만 비는 그쳤어도, 모르는 길 헤매는 것보단 이것도 잘 된 일이다 싶었다. 차 안에는 동양인 여자와 아이 둘이 타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공항 앞에 차를 세워두어 벌금딱지가 끊긴 모양이다. 주차요원을 불러서 차가 못 움직이도록 바퀴에 달아놓은 기물을 치우고 게스트하우스로 달리는 내내 뒤편 아이는 울고, 운전하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계속 한숨을 내쉰다. 왠지 늦게 나온 나때문인 것 같아 참 뻘쭘하니 당황스러웠다.

 

비엔티안에서 묵었던 도미토리룸

 

침대 4개가 있는 도미토리룸에는 나혼자뿐이다. 비가 오는 라오스 밤길은 더운지 몰랐는데 게스트하우스는 덥다. 에어컨바람을 싫어하는 나지만 숨이 막혀 에어컨을 좀 틀어볼까 하다가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으면 너무 차서 안 좋다는 사장님말에 왠지 또 한번 뻘쭘해져서 단념하고 만다. 침대시트는 생각보다 깨끗하다. 무선인터넷 신호가 잡혀 지인들에게 문자로 소식을 전한다. 첨단기기의 발달로 이렇게 가난한 여행자도 쉽게 안부를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아침식사시간이 8시라길래 오전 7시 30분으로 알람을 맞춘다.

 

어제 제법 피곤했을 것 같은데도 오늘은 아침 6시가 넘어서 눈이 떠진다. 씻고 남은 식사시간 전까지 산책을 해야겠다 싶어 지도와 라오말을 정리한 종이를 들고 길을 나섰다. 근처 절에 들어가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스님에게 ‘사바이디’하고 인사를 건넨다. 먼지나는 도로의 거리 한 켠에 고기반찬을 파는 아줌마에게도 인사를 건넨다. 왕복 도로에는 출근하는 사람들인지 등교하는 사람들인지 오토바이 무리가 엄청나다. 비엔티안 도로를 다니는 차들은 대부분 한국차들이다. soul, i30 등 뽑은지 얼마 안 돼 보이는 광나는 차들, 비싼 외제차들이 많은 걸 보면 GDP가 낮은 나라라는 사실이 의아스럽다. 빠르게 자본주의화 되어 빈부격차가 생기는 라오스의 현실인 듯 하다.

  

비엔티안에 있는 대통령궁

 

한국에선 아침을 안 먹는 편이지만 여기 숙소값에 아침식사가 포함돼 있는데다 배불러야 돈도 덜 들 듯해 아침밥을 다 먹었다. 한 낮엔 너무 더워 움직이기 힘드니 시원할 때 다른 것보다 버스표부터 예약하고 오라는 사장님의 말에 떠밀리듯 길을 나섰다.

환전을 위해 여행자거리쪽으로 걸어가면서 갖고 있는 지도의 상점이름과 실제 위치가 맞아 떨어지니 안심이 된다. 길에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가는 서양인이 많다. 그 유명한 조마베이커리도 겉으로는 작아보인다. 거리 곳곳마다 환전간판을 달고 있는 곳이 무수히 많다. 지도에 표시된 환전상으로 가 400달러를 내민다. 한번에 바꾸기엔 큰 단위라 돈을 받아들고도 맞게 받았는지 정리하는 손이 덜덜 떨린다. 10장 단위로 돈을 접어 관리하는 라오스 방식은 익숙지 않아 손에서 지폐가 떨어진다. 구멍가게같은 환전상 앞에 서서 노트에 적어가며 돈의 액수를 확인하고 더 작은 단위의 돈으로 바꿔달라고 한 뒤 또 액수를 확인한다. 5,000kip짜린 없다고 해서 고맙다고 말하고 환전상을 벗어난다. 주머니가 많이 달린 반바지를 입고 온 게 얼마나 잘한 일인지... 주머니가 좀 볼록하긴 해도 안심하고 거리를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2012년 5월) 비엔티안에 있는 작은 환전소에서 100달러당 7,981킵으로 환전했다

 

근처 마켓도 둘러보고 여행자정보센터가 있길래 다음 예정지인 싼야부리에 대해 물으니 이동에 하루가 소요된다고 한다. 은행 몇 개를 지나면서 머뭇거리다 제법 커 보이는 은행에 들어가 100,000kip을 5,000kip짜리로 바꾸고 물병에 생수도 채운다. 빠뚜싸이 전망대까지 올라가 시내를 내려다본다. 원형으로 되어있는 사거리를 보면 그곳이 어디든 한국의 ‘창원’이 떠오른다. 여행자 거리의 상징인 남푸분수는 공사를 하는지 가드라인이 쳐져있고, 근처 미국대사관은 그 경계가 삼엄해 지나가기가 주저될 정도다.

 

프랑스의 개선문을 본따만든 빠뚜사이(입장료: 3,000킵)

 

빠뚜싸이 천장의 모습

빠뚜싸이 위, 전면에서 내려다본 전경

 

빠뚜싸이 위, 후면에서 내려다본 전경

 

 

싼야부리행 시간표확인을 하러 북부정류장을 가기위해 아까 들렀던 여행안내소에 들러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북부정류장, 남부정류장, 신정류장, 구정류장을 라오어로 뭐가 그러는지 물어보기 위해서다. 다시 도착한 시간이 정오였는데 때마침 문을 닫고 있다. 12시에 문을 닫고 13시 30분에 다시 연다고 적혀있다. 무언가를 들고 지나가는 직원을 붙잡고 말을 받아적는데 쉽지 않다.

 

딸랏싸오몰에 붙어있는 은행광고, 앗~ 정준하다!! 남자모델보고 혼자 길에 서서 웃었다.

 

서있는 뚝뚝은 비싸다고 들은지라 지나가는 뚝뚝을 잡고 북부정류장까지 얼마냐고 물어본다. 50,000kip. 비싼 것 같아 그냥 지나서는데 뚝뚝기사는 모퉁이에 뚝뚝을 세워놓고 나에게 손짓을 한다. 40,000kip에 흥정하고 북부정류장으로 가는 길, 뚝뚝기사는 나보고 몇 살이냐고 묻는다. 27살의 뚝뚝기사 함마. 잘 생긴 이 청년에게 사진을 찍어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럼 그냥 사진을 찍어 네게 주겠다는 손짓을 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서 함마에게 건넨다. 좋아라하는 그에게 정류장에서 다시 돌아오는 비용까지 하면 얼마에 해줄 수 있냐고 물으니 왕복 10만kip. 왜 되려 비싸지는지... 원... 그 자리에서 4만kip을 지불하고 정류장에서 20분 후에 나온다고 하고 돌아가는 비용을 4만kip으로 다시 흥정한다.

 

비엔티안 북부정류장- 싼야부리/팍라이 가는 버스의 출발시간과 가격

 

싼야부리행 버스시간이 적혀있길래 가는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라오말로 물었더니 대답하는 라오어를 못 알아듣겠다. 종이에 적어달라고 하니 버스로 15시간. 매표소에 안내된 출발시간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서양여자가 영어로 표문의를 하고 판매직원도 영어로 대답한다. 여긴 여행자가 많은 라오스의 수도. 영어로 문의를 하면 될 것을 나혼자 라오어로 대체 뭐한 걸까... 내일표는 오늘 구입할 수 없다고 해서 터미널을 그냥 나오니 함마가 기다리고 있다. 정류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또 찍어달라고 포즈까지 취한다. 그래, 한 장 더 찍어줄게... 잠시 뚝뚝이 멈춘 사이, 사진을 보고 참 좋아라하는 백미러 안의 함마 모습에 나도 웃음이 나온다. 이 젊은 청년, 참 열심히 사는구나. 그런데도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게 사는 걸까.

 

 

- 추가 정보) 

비엔티안 북부정류장- 루앙남타/보케오 가는 버스의 출발시간과 가격

 

비엔티안 북부정류장- 루앙프라방 가는 버스의 출발시간과 가격

 

 

비엔티안 북부정류장- 쌈느아/농햇 가는 버스의 출발시간과 가격

 

비엔티안 북부정류장- 씨엥쿠앙 가는 버스의 출발시간과 가격

 

비엔티안 북부정류장- 우돔싸이 가는 버스의 출발시간과 가격

 

비엔티안 북부정류장- 케네따오, 사나캄, 싸이솜분 가는 버스의 출발시간과 가격

 

비엔티안 북부정류장- 퐁살리 가는 버스의 출발시간과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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