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난 발자국/밑줄로 남은 발자국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느린 발자국
2009. 11. 25. 20:00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 Human&Books
*모두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 게 우선이다. (p.37)
*접근 방식이 틀렸는데 장소를 옮겨간들 찍을 것이 나타날 리 없다. (p.141)
*아름다움은 어디에도 존재한다....운이 좋아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운은 사진가 스스로 준비해서 맞이하는 것이다. (p.145)
*나에게 허락된 하루를 절망 속에서 허무하게 떠나보낼 수는 없다. 쓰러지는 그날까지 하루를 희망으로 채워가자. 내일이 불안하다고 오늘마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긴장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p.194)
*절망의 끝에 한 발로 서 있는 나를 유혹하는 것은 오직 마음의 평화이다. (p.199)
*나는 난치병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의사의 판단일 뿐, 난치병이란 없다. 잠시 장애를 겪어야 할 뿐이다. (p.235)
*살고 싶다고 해서 살아지는 것도 아니요, 죽고 싶다 해서 쉽사리 죽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적은 내 안에서 일어난다. 내 안에 있는 생명의 기운을, 희망의 끈을 나는 놓지 않는다. (p.245)
*울음으로 시작된 세상, 웃음으로 끝내기 위해 하나에 몰입했다.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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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미치고 제주도에 미쳐 이십년에 가까운 시간을 제주도에 머문 김영갑은
루게릭병으로 근육이 굳어가는 순간까지 오롯한 사진의 공간을 위해 돌담을 쌓았다.
2년 전 자전거를 타고 두모악갤러리에 들렀을 때
김영갑은 사라지고, 나는 남은 공간으로 그의 형상을 더듬었다.
그로부터 1년 뒤 출장길 열차 안에서 김영갑의 책을 읽었다.
일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요동치고 있을 때였는데
책 속의 김영갑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 같았고
그처럼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덩어리로 배를 채우는데 미련없이 사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순간순간 다가오는 고통을 극복하지 못해 이 길을 포기하고 다른 무엇을 선택한다 해도 그 나름의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다른 일을 선택해 환경이 변한다 해도, 나는 나이기에 지금 겪고 있는 마음의 혼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이 물음에 답을 얻지 못한다면 어디를 가나 방황하고 절망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분명 끝은 있을 것이다. (p.64)
참 오랫동안 이 문장을 부여잡고 있었는데
절박함이 덜 했던지 일에 대한 마음까진 동여매지 못했다.
김영갑은 인연을 뿌리치고
책과 사진과 갤러리로 남았다.
무엇으로 남지 않아도 그처럼 살아도 참 좋을 것 같았는데
삶을 꾸덕꾸덕 살아내면서
이 세상에 없으면 내가 참 슬플 것같은 인연이 하나둘 늘어간다.
누구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는데
나는 사람이 안타깝다.
모든 사람을 가슴으로 한번씩 안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섬에 김영갑이 있었고,
이 도시엔 그리운 내가 있고 안타까운 네가 있다.